2008/11/20

추위에 익숙해 지기


명동을 포함하는 소공동 부근에서는 일본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업무 진행을 위해 갔던 소공동에 롯데백화점 앞에는 오늘도 일본 관광객으로 보이는 무리들이 지나 간다. 내 느낌이 맞는지 확인을 위해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백화점 건물은 눈 장식으로 뒤덥혀 크리스마스로 달리는 겨울을 위한 준비가 완료되었다. 매년 이맘때에는 1991년에 전략적인 목적으로 한국과 미국이 공동으로 실시했던 '한미 합동 군사 훈련(Team Spirit)'에 참가 했을 때가 생각난다. 홍천에서 작개 지역인 제천으로 박스트럭을 따고 가는 중에 느꼈던 추위는 생애의 최고였다. 열악한 장비로 난방이 전혀 안 되는 트럭 짐칸에서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를 견뎌야 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여건이라면 참을 수 있겠지만 통신장비로 가득 찬 좁은 공간에 오로지 '추위'와 내 육체의 싸움 밖에 없었다. 고통으로 객관적인 사고는 할 수 없었고, 잠긴 박스트럭의 문을 열고 달리는 트럭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참아야 했다.

암흑의 '수감 시간'을 보내야하는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인생을 소비하는데 효율성을 찾아야 했다. 추위의 고통을 견디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추위를 견디기 위해서 추위를 느끼기로 했다. 육체적 고통의 느낌이지만 그것에 집중해서 고통을 잊기로 했다. 지금도 외투를 입었을 때와 안 입었을 때, 빠른 속도로 걸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수온주가 영하 일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바람이 불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어제와 오늘 느끼는 추위 등의 조건에 따라 내가 느끼는 추위의 강도를 비교한다.
비교에 집중하게 되면 고통은 잊고 추위의 강도를 '느끼는데' 집중한다. 이어 추위의 자극을 즐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