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8

순수의 비행 (La Corsa dell' Innocente / Flight Of The Innocent)

- 1992, 카를로 칼레이 (Carlo Carlei)

이 영화는 한마디로 "역동적(Dynamic)" 입니다. 종횡무진하는 카메라워크는 보는이의 눈을 황홀하게 합니다. 카를로 칼레이(Carlo Carlei)는 신인감독으로 뛰어난 영상을 구사했습니다. 어느 정도 촬영장비의 도움을 받았겠지만, 스테디켐과 같은 첨단 장비가 있기전에 이와 같은 영상을 구사한 것은 감독의 감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상영시간의 대부분이 반목하는 두 집안과 그에 연관된 범죄조직들 사이의 피흘리는 싸움에 가족을 잃고 살인자에게 쫓기는 소년의 피나는 도피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적을 그린 영화로만 끝나는 작품은 아님니다.

폭력과 숨막히는 추적의 영상속에는 순수한 인간미를 추구하는 휴머니즘이 있습니다. 근저에 "동심"의 마음을 바탕으로 하고있습니다. 등장인물에서 어른들은 전부 반목과 이기심과 정신적 고통 같은 문제들을 안고있습니다. 연속적인 추적에 쫓기는 주인공 소년은 항상 어린이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미국식 어린이 모험영화에 나오는것 같은 작위적인 스토리가 아니라, 교묘한 복선과 유기적인 이야기의 연결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는 관객의 추리를 유도하면서까지 현실감을 잃지 않고 극적인 긴장감을 구성한 점에서 매우 돋보입니다. 특히 "개구멍"의 트릭은 실로 뛰어난 복선이 아닐 수가없습니다. 이 영화는 정신없이 쫓기는 과정 속에도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이러한 작은 포인트들이 수없이 널려있습니다. 처음에는 왜 싸우는지, 왜 쫓기는지 무엇을 쫓는지도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씩의 사건을 펼쳐가면서 그 흩어졌던 조각들이 하나씩 맞추어지기 시작합니다. 거의 영화가 3분의 2정도 지나가야 전체적인 스토리의 윤곽이 완전히 드러납니다.

짜여진 이야기의 연결구조에, 끊임없이 움직이며 장면마다 힘이 넘치는 카메라워크, 절제된 대사속에 뛰어난 심리묘사의 연출, 꼬마 주인공 마누엘 코라오(Manuel Corao)의 명연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연기조화로 정말 볼만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작품이면서도, "가족" 을 위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피튀기는 폭력장면에는 그 폭력 자체에 대한 강렬한 고발의 메시지가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있는 엄마의 시체앞에서 절규하는 소년의 울음 앞에 그 폭력 자체를 배우지는 않습니다. 이기적인 폭력앞에 정처없이 쫓기는 순수한 어린 영혼의 모습 앞에서, 폭력의 무의미함을 다시한번 배우게 됩니다. 이 변화무쌍하고, 힘이 넘치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이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 주는 음악이 역시 일품입니다. 카를로 실리오토(Carlo Silioto) 라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음악가가 맡은 음악은 불가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로 들려지는데, 추적 장면에서의 박력도 일품이고 때로는 장엄하게 때로는 포근하게 각각의 장면이 기막힌 조화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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