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31일 오후 6시 30분 경) "흐흐~하,흐흐~하,.". 계속 가쁜 숨을 쉬고 계신다. 가끔 힘이 드실 경우 1초정도 쉬시다, 다시 "흐흐~하, 흐흐~허"하고 어려운 숨을 내쉰다. 지난 날을 돌이켜 보면 나는 아버지로 부터 살가운 가족의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평생 동안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 11시에 퇴근하셔서 마땅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눌 여유가 없었다. 일요일이 되어 아버지와 같이 대중 목욕탕에 갔던 기억만 있다. 이후로 나이가 들어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될때 까지 아버지에게 마땅히 나를 표현을 할 여지가 없었다. 그저 아버지일 뿐이었다.
단계적 절차로 필요한 감정적 교류가 없었으므로 더 이상의 관계의 발전이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아버지는 힘이 다 되신 할아버지가 되어 계셨다. 40 여 년 동안의 미완의 관계는 개선의 필요도 발전의 노력도 필요없었다. 어정쩡한 관계로 더 시간이 지나 아버지는 지금 "허허~헉.." 숨을 내쉬며 기약 없는 오늘과 내일에 기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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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31일 오후 7시 20분) 텅스텐 필라멘트가 열 받아서 "핑"하고 끊어짐과 동시에 "퍽"하고 나가버리는 백열 전구와 같이 힘겹게 내쉬던 숨을 한순간에 멈추셨다.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도시 안에 있는 병원의 탁한 공기와 당신의 성에 차지 않는 간병인의 간호에 화가 나서 누구의 도움도 없이 숨쉬기를 거부하셨다.
내가 생각하는 아버지는 그야말로 '왕자'에 센님이셨다. 중학교 시절까지 같은 마을에 사는 학교 선배의 등에 업혀서 통학하셨다. 마르고 약한 체력인데다 시골 마을 유지인 할아버지의 후광으로 그렇게 소극적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 이 후에 내가 커서 성인이 될 때 까지도 상투 잘린 양반 처럼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나 올바른 호령 하나 하지 못하며 근근히 도시 생활을 견디셨다.
오늘, 니체가 세상은 언제나 회귀한다고 증명하지 않더라도 아버지의 습성이 나에게 전사되어 또 한 사람이 도시에서 방전되며 살고있는 것을 느낀다. 아버지의 존재 없음이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덜컹 내려 앉는다. 공포가 엄습한다. "아버지~ " 하고 외쳐본다.
2009/06/05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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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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