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15

이소라 7집 즈음에


1997년 겨울, 그때 크리스마스가 다가 올 즈음에 난 파리에 있었다. 몇년 안되는 사회생활에 지친 정신을 맑게 하려고 혼자 떠나는 여행을 감행했다. '에어 프랑스' 비행기 표만 예약하고 계획없이 파리로 갔다. 프로젝트 종료 일정이 확정되지 않아 여행 준비를 위한 여유가 없었다.

한편으로 유학 중인 친구가 있었으므로 전화만 해 놓고 긴장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타버렸다.

마침 도착해서 보니 그 친구는 2일 후에 한국으로 들어올 계획이므로 내가 친구가 지내고 있는 '스튜디오'에 묵을 수 있었다. 거기에서는 월세 방을 '스튜디오'라고 했었다. 위치는 우리나라에 청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부촌 '16구'였다. 거기는 대학도 동네 이름도 모두 숫자를 붙인다. 파리 제 7대학과 같이.

신세지는 미안한 마음에 친구를 위한 선물로 '이소라 1집'을 들고 갔었다. 친구의 취향은 고려하지 않고, 일단 한국 가사가 있는 음반을 사가면 좋아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 당시 '이소라'는 잘나가는 가수 였다. 재즈 풍에 부드러운 음악이 나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친구가 한국으로 떠난 후 나는 혼자서 친구 스튜디오에서 지내야 했다. 스튜디오는 영화에서 보던 양쪽에서 밖으로 밀어서 여는 나무 창문이 있었다. 서울과 같이 공기가 나쁘지 않고 정부 정책으로 시내 거의 모든 건물이 6층 이하로 그야말로 영화에서 보던 분위기 였다.

아침에 깨끗한 공기를 마시기 위해 그 창문을 밀어서 열면 쌀쌀한 날씨에 눈부신 햇빛이 들어왔고 친구를 위해 가져간 이소라 CD를 내가 개봉해서 들었다. 파리 16구 주택가 골목에 퍼지는 이소라의 목소리는 근사 했었다.

마침 이소라 7집이 나왔다는 소식을 인터넷으로 보니 1997년 겨울, 그때가 생각난다.

- 2009.01.15, j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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